


우리 4인방은 나이를 먹으며 사고 치는 것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초딩때보단 철이 들어 목숨에 지장이 갈 정도의 장난은 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마 넷 다 초등학생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면 이미 이 지구는 멸망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차성징을 겪으면서 우리는 확연히 달라졌다. 스탠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유순한 느낌이 강한 잘생긴 얼굴에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비율이 좋았으며 카트먼은 정말 한결같이 뚱뚱했다. 나도 키가 자라고 볼살이 빠졌으며 변성기를 거쳐 목소리가 아주 조금 낮아졌다. 진한 중저음을 가지고 싶었으나 불가능한 걸 알았기에 실망이 크지 않았다.
케니의 변화가 가장 컸다. 케니는 사춘기 때 밤마다 이곳저곳이 쑤셔 피곤하다더니 네 명 중에 가장 키가 커졌다. 성숙해진 얼굴엔 항상 피로감이 서려 있었지만 고작 피곤함 따위로는 쉽사리 가려지지 않는 출중한 용모였다. 게다가 미성의 목소리는 변성기를 거치며 내가 원하는 부드러운 중저음이 되었고 그래서인지 나는 종종 케니가 몹시 잘생겼으며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사람을 잘 챙겨주는 인정 많은 케니의 성격도 한몫했다. 그가 저도 눈치채지 못하는 친절을 베풀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고 가슴께가 간질간질해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의 친절은 감사 인사를 굳이 바라지 않는, 몸에 배어있는 다정함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일종의 짝사랑이었다.
나는 카트먼이나 스탠 그리고 동급생들에 비해 어른스러운 케니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카트먼은 언제나처럼 일을 칠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한 것 같았다. 으, 저 음모가 가득한 역겨운 미소. 근데 더 큰 문제는 카트먼 혼자 시시덕거리는 게 아니었다. 스탠과 케니가 그와 함께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저 셋이 모여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는 나는 절로 소름이 돋고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제발 나만 끌어들이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