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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하고, 어둡고, 괴물이 나온다며 밤이 되면 마을의 어른들도 가지 않는 곳이였지만, 지금의 자신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였다. 아이는 자신을 쫓아오는 커다란 괴물로부터 도망쳐야했다. 숲에 유령이 있던 좀비가 있던, 그 괴물보다는 별로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망할 새아빠.

 

자신의 엄마는 친아빠가 죽고 다른 남자와 재혼을 했다. 처음엔 자신을 볼 때마다 실실 웃으며 그럭저럭 다정한 아빠 역할을 잘 수행하나 했더니만, 역시 그렇지 뭐. 그 사람은 엄마를 사랑했을뿐, 다른 남자와 낳은 아이는 그저 방해물일 뿐이다.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자, 태도가 확 바뀌어서 매일매일 술을 마시고 자신에게 욕설과 폭력을 퍼부었다. 그래도 길바닥에 버리지 않고 집구석 어딘가에서 살게 해준 건 고맙지만, 오늘 평소보다 술을 한 병 더 마시고 너 같은 건 필요 없다며 식칼을 들고 다가온 순간, 전력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참을 달리니 어느새 숲의 깊숙한 곳까지 온 거 같다. 그 남자도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 것 같다. 숲속에는 자신의 처지처럼 달빛 한 점 조차 비치지 않는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10월의 차가운 밤바람은 외투도 걸치고 나오지 못한 자신을 사납게 때린다. 아스팔트 길 부터 숲 안 까지 달리느라 계속 고생한 자신의 발은 까질 대로 까져 쓰라림이 느껴졌다. 추위와 아픔을 느끼며 어딘가 쉴 만한 곳이 있을까 찾아보려던 그때, 귓가에서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곧 숨통이 끊어질 시체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기분 나쁜, 칠판을 쇠로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 옛날에 심하게 다친 까마귀를 주워서 정성껏 치료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그다지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오히려 자신을 똘망똘망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게 귀여웠었지. 지금은 저 까악 대는 소리가 왜 이렇게 무섭고 소름 돋게 느껴지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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