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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이곳에 모인 모두가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그건 사우스파크 초등학교에 다니는 열 살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케네스 맥코믹의 장례식장에 모였다. 카일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눈을 가만히 깜빡이다가, 입술을 비틀어 이를 드러냈다. 옆에서 존나게 시끄럽고 성가신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기 때문이다. 에릭은 졸려 죽겠다는 얼굴로 입 안에서 사탕을 굴리고 있었다. 하품도 한 번 쩍 했다. 반들반들한 사탕이 이빨 사이를 돌아다니며 내는 소리가 요란했다.

 

“망할, 카트맨! 장례식장에서 뭐하는 짓거리야?”

 

카일이 작게 주의를 줬으나 에릭은 어깨를 들썩이며 핸드폰을 꺼내 농장 게임에 접속했다. 시간이 다 돼 무성하게 자란 토마토와 밀 따위를 스와이프 한 번으로 수확하면서, 이 장례식이 제발 좀 얼른 끝나길 바랐다. 발음이 좋지 않고 울먹이느라 자꾸만 말을 더듬어대는 캐런의 추도사는 그야말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했으면 저것보다 백 배 나았을텐데, 병신들. 에릭이 아래에서 핸드폰을 톡톡 두드려대는 걸 보며 카일은 하늘을 향해 눈을 한 번 치켜뜨고 도로 묵념했다. 카일의 왼편에는 스탠이 앉아 있었다. 스탠은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 전 스탠과 카일, 에릭과 케니는 매년 그래왔듯 곧 다가올 할로윈의 코스튬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다. 4인방이 늘 맞춰서 해왔으니 이번에도 그래야 했다. 네 명은 스탠의 방에 모여 의견을 모았다. 스탠과 카일이 요즘 가장 잘나가는 TV쇼나 드라마,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에릭은 어느 동선으로 사탕을 수확해야 좋을지 계산하고 있었다. 케니는 침대에 드러누워 가만히 턱을 괴고 있었다. 한 마디씩 할 때 케니만은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오로지 그만이 코스튬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이 몇 달러 안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시, 정적이 길게 찾아오자 카일이 펜을 던지듯 내려놓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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